날씨도 좋고..어디 나들이 간지도 좀 된것 같기도한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해외는 좀 곤란하다.
그래서 급하고 충동적으로 계획한 국내 나들이.
수도권 근교로 나가는게 그동안의 스케줄이었지만 이번엔 동선을 좀 길게잡아
청송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사실 청송이라는곳에 어떤 의미를 두고 간건 아니다.
청송! 하면 청송교도소가 생각날 정도로 청송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는데
청송교도소가 왜 수감자들에게 최악의 교도소인지-중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전국 어디에서도 가는데 4시간 이상걸려 면회도 어렵고 세상과 괴리가 심해
수감생활의 애로사항이 밖으로 알려지기 힘들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깡시골에 가서 무료함을 느끼고 싶었던 나는
청송으로 가는 발걸음이 부담없이 가벼웠다.
미세먼지가 약간 있었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기 때문에 밀리지 않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3시간반 ㅋ 청송 어귀에 도착했는데 아주 허름한. 붓글씨로 쓴것같은 간판의
"손 칼국수"집 발견. 거침없이 들어갔다.
6천원짜리 칼국수 2개를 시켰는데 이런 상이 나온다.
매우 푸짐하고 옵션으로 백반상이 나온다.
그러나 난 이런걸 좋아하지 않는다.
대식가 둘이서도 어쩌지 못할. 밥과 반찬의 비율이 안맞는 이런 상이 별로 달갑지 않다.
감자와 연근튀김 정도를 빼고는(뺄 수도 없지만)
맨입으론 먹을 수 없는 쎈 간의 장류, 장아치류의 음식들인데
많이 줘봐야 비율이 안 맞아 남길테고 그건 온전히 재활용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받은 상도 재활용 식탁이라는 생각이 들어
푸근한 인심으로 넉넉한 밥상을 받았는데 꽤 허기진 상황에서도 그닥 반갑지가 않았다.
그래도!여행은 즐거워야 하니까.. 그럭저럭 꾸역꾸역 먹고 길을 나선다.
이번 여행을 컨셉은 "무료함"이다.
바쁘게 살다가 문득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떠난 여행이기에
밥먹고 식당근처 마을어귀를 설렁설렁 돌아다닌다.
청송은 고지대라 그런지 아직 모내기가 안된 곳도, 벚꽃이 이제 핀 곳도 많았다.
생각지 못한 알록달록한 경관에 기분이 좋아져서 천천히 신선놀음을 시작한다.
웬 초등학교를 만나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만든 조형물들인지..ㅋㅋ 귀엽다.
몰랐는데 어딜가도 보이는 저 하얀 꽃이 달린 나무는 뭔가...봤는데 사과다.
맞다..영주, 안동, 청송은 사과가 유명하지.. 정말 많았다. 너무너무 많아서 장관을 이룰 정도로
사과나무를 많이 봤다.
자꾸보다보니 사과의 상큼한 냄새가 나는것같은 환각이.. 들기도 하고.. 좋다.
숙소로 선택한 곳은 "송소고택" 이라는 곳이다.
경주의 최부자와 비슷하게 청송엔 심부자가 있었는데 영조때의 만석꾼이 99칸짜리
집을 지어 지금은 고택체험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근데 아무리 세어봐도 99칸은...안 되는것 같은데 물어볼 데가 없어서 궁금한채로 머물러있다.
내부는 꽤 고즈넉하고 세월이 느껴지는 말그대로 "고택" 느낌 물씬 풍긴다.
웬만한 소품들이 장식용은 아닌것 같고 대부분 실제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일단 나무의 결을 봐도 한두해, 일이십년 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곳에서의 전통가옥 체험이 나에겐 꽤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화장실과 목욕시설 만큼은 전통이 너무나도 불편하기에
어떨지 좀 걱정했는데 외관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수세식으로 샤워부스도 마련돼있고
청결관리를 꽤 잘 해놔 매우 편리하고 쾌적하게 사용했다.
이런 장소가 수도권 언저리에만 있었어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분기에 한번정도는
방문해서 푹 쉬다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짐을 풀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일단 밖으로 나와 주변 관광지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