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그 스테이크 가겐데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메뉴라는 점과 특이한 방식으로 구워먹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대기시간이 꽤 길다는 것도 오히려 손님을 더 끄는 요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후쿠오카 여행의 막바지에 키와미야를 가게 됐다.
원래 음식점 들어가겠다고 밖에서 기다리고 서있는건 정말 딱 질색인데 어떻게 아다리가 그렇게 맞았다. 한 사람은 대기줄에서 자리 맡아두고 한사람은 요도바시 카메라랑 일 포노 델 미뇽에 갔다 오는걸로 쇼부를 보고 결정.
줄이 상당히 길었는데 약 40분 정도 됐는데 들어갈 차례라고 연락이 와서 좀 놀랐다. 덕분에 일 포노 델 미뇽은 들르지도 못하고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하던 일 끊고 허겁지겁 뛰어왔다. 줄이 빨리 주는 이유는 들어가보면 알 수 있다.
햄버그 스테이크는 겉만 익혀서 나오고 젓가락으로 조금씩 떼서 조그만 석쇠에 직접 구워먹는 방식. 사실 맛보다 이 굽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컸다고 본다.
밥과 국, 샐러드는 한 400엔 정도 내면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렇게...조금씩 떼서 직접 구워먹어야 한다. 쇠가 앵간히 뜨거워서 조금 한 눈 팔고 얘기 좀 하다보면 새까맣게 타서 버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입다물고 고기만 바라보고 있다.
불판이 정말 코딱지 만해서 한 번에 여러 조각을 올려 한꺼번에 구워 먹을 수도 없다.
키와미야의 뜻은 "極味"다. '극강의 맛'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어림없는 상호라고 단호하게 말 할 수 있다.
일단 맛의 여부를 떠나서 먹는 방식이 너무나 불편하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가게는 젓가락을 두 개를 써야한다. 왜냐하면 겉만 익혀놓은 햄버그 스테이크는 쇠 젓가락으로 집어야 하고(거의 생고기니까) 직접 구워서 다 익은 스테이크는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일단 젓가락 바꿔가면서 먹는게 너무 번잡스럽고 복잡하고 불편하다. 불판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웬만한 안경알 한 쪽 만한 사이즈의 둥그런 쇳덩이 위에 고기를 얹어 구워먹어야 하는데 고기가 한 입 분량 간신히 올라간다. 이리저리 뒤집고 굴려가며 한 30초 이상 구워야 하는데 잠깐 한눈팔면 고기가 탄다. 나도 몇 점 버렸다.
그렇게 한 점 먹고 또 구워야 한다. 고기를 크게 자르면 속은 안 익고 겉은 탄다. 잘게 자르면 굽는게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또 구울때 육즙 및 기름이 엄청나게 튀어서 종이로 된 앞치마를 했음에도 자연스럽게 멀찍이 뒤로 몸을 기울여 파편을 피하게 된다. 한마디로 고기 굽고 먹는것 이외에는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화도 힘들고 심지어 밥과 국을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밥과 국을 무제한 옵션을 주문할 필요가 없다. 한 그릇 먹기도 여의치 않은데 뭔 무제한..그리고 밑반찬이 없다. 사진보면 알겠지만 달랑 밥, 미소 된장국, 샐러드. 이렇게 나오는데 고기 다 먹고나면 맨 밥 먹을텐가.
그렇게 고기에서 눈을 못 떼고 정신없이 젓가락 바꿔가면서 허겁지겁 먹다보면 불판이 식고, 교체한다고 석쇠 들고가고 들고 오고, 쇠젓가락으로 고기자르고 불판에 올리고 굴려가며 익히고, 다 익으면 나무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고 밥 넣고 국 한 숟가락 떠 먹고 또 쇠젓가락 들다가 떨어뜨리고 직원 불러서 젓가락 다시 받고..
대충 봐도 복잡하지 않은가.
이러다 보면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갔는지 솔직하게 진짜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전혀.
그렇게 급하고 불편하게 먹었으니 당연히 속은 부대낀다. 사람들은 고기만 구워먹고 잡담안하고 얼른얼른 일어서니까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줄고. 그런 패턴이다.
앞서 가게 이름 키와미야 즉, '극강의 맛'이 어림없는 상호라고 했는데 맛이 기억이 잘 안난다. 고기굽고 먹느라 정신 하나도 없는데 뭔 극강의 맛을 얘기할텐가.
여기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는 사람은 둘 중에 하나일 공산이 크다.
1. 평소에 손이 워낙에 빠르고 정확하다.
2. 혼자 갔다.
여행을 갈 때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포스팅은 웬만하면 잘 안보려 한다. 봐도 대략적인 정보만 얻고 만다.
너무 자세하게 알아봐서 사진 많이 보고 사전 지식 많이 챙겨가면 매우 효과적으로 여행할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그렇지도 않더라. 여행은 효율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에서 오는 즐거운 경험이 많은게 또 여행이지 않은가.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여행 전 키와미야에 대한 검색을 했을 때 별로 좋은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짜증이 많이 났겠지.. 쩝. 알아보고 갔으면 다른 분위기 좋은데서 맛있는거 먹고 더 기분이 좋아져서 왔을꺼다. 하지만 여행은 다 좋을 순 없는거니까. 그냥 그렇게 받아 들이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싸지도 않은 그 식당에 가서 길게 늘어서 기다리다가 정신없이 먹고 나오는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그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테니까.
식사를 하는 내내 식당 안 분위기는 마치 한국인것처럼 한국인 일색이였다. 간혹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있었던 것 같은데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한국인에게 유행중인 일본식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약 후쿠오카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페북이나 인스타에 올라온 맛깔나 보이는 햄버그 스테이크에서 잠시 눈을 돌려 기방문자가 그 식당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나왔는지를 조금 더 알아보고 진행하는게 좋을꺼라 생각한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만족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워낙에 많으니 어려운 걸음 한 여행길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