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 한참 촛불 민심이 뜨거웠을때 나는 시위에 동참하지 못했다.
최근 박근혜의 몰염치가 국회의 탄핵안 결의 이전보다 더 노골화 돼고 있는 지금 더 맹렬히 시위해야하는 때가 아닌가 싶은데 탄핵안 가결을 정점으로 촛불시위의 열기가 점점 식어가는 느낌이다.
되려 세종문화회관 옆 공터에서 태극기를 손에 든 노인위주의 집회가 뜨겁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
주말 당직을 일찌감치 마치고 곧장 광화문으로 가서 이런저런 스케치를 해봤다.
도착 당시 약 14시 즈음. 광화문 광장은 상당히 한산했다. 이날은 특히 날씨도 좀 포근했었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조금 걷다보니 차분한 광화문 광장과는 대조적으로 으쌰으쌰 하는 소리가 들려 보니 세종문화회관 쪽이 차벽으로 엄청 싸여있다. 뭔가 하고있나보다.
시위, 집회가 길어지다보니 창의력 대장들이 만들어온 은유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넘쳐난다.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가보니 웬 태극기 물결이..ㅋ 연배가 상당해보였고 들고있는 피켓들을 보고서야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았다.
"김대중도 나쁜놈", "문재인도 수사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눈빛은 사나웠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함성과 방송이 광화문 광장의 스피커 소리에 묻히자 굉장히 격앙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풍문으론 일당 5~7만원씩 받고 참여한거라고 하던데 돈받고 하는 참여자 치고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당히 진지한 태도여서 그 사람들 대부분이 "알바"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한가지 거슬렸던건 광화문 광장쪽에선 OO학교 총 학생회장, XX모임 대표 등이 나와서 연설을 하는데 그 때마다 이쪽에선 신나는 음악을 틀어대는거..
노래는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이 주로 나왔는데 저작권은 해결된건가.. 이선희도 자신의 노래가 이렇게 이용되는게 달갑잖을 것 같다는 등의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신대철씨가 인터뷰를 했다.
신대철, "'아름다운 강산' 박사모·어버이연합이 부를 노래 아냐" 일침
아무튼 그들은 상당히 인상적인 집회를 짤막하게 벌이곤 지쳤는지 추워서인지 집회 등록시간이 다돼서인지 빠르게 흩어져 사라졌다.
부감을 좀 보고 싶었다. 너무 매몰돼있으면 촛불집회 신참이 분위기 파악 못할 것 같아서 건물 목상으로 올라왔는데 청와대가 잘 보인다.
추운날 사람들 고생하는데 저 동넨 평화롭다. 박근혜가 한 최근의 몰염치한 여러 발언을 생각하니 부아가 나기도 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집회는 저녁시간이 주 집회인지 낮시간엔 사람이 그리 많지않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어 어느덧 저 넓은 광장에 빼곡하게 들어찬다.
멀리서 보면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러 가수들의 공연, 연설을 들어가며 즐기는 축제다. 사람들은 분명히 분노했고 서슬퍼런 문구의 피켓으로 메세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나 짜증을 내지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고 뭔가 서로 나누려는 모습, 배려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비록 익숙찮아 어색할지라도 보는이는 아름다웠다. 원래 시작은 그런거니까.
지금은 단지 탄핵"안"이 가결된 것 뿐이니까.. 탄핵이 가결 될 때까지 이 모습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근데 날씨는 추워질테고 사람들은 지쳐가며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겠지.
나부터 지금까지의 집회에 열성 참여자는 되지못해 누구에게 이런 아쉬움을 말 할 자격이 없다.
어쨌든,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