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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4일 토요일

우리나라의 미래를 '뿅카'와 '국산차'에서 본다

97년에 개봉한 영화 비트. 몇 몇 주옥같은 명대사가 회자되며 특히 중고생들에게 히트를 쳤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당시 이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고 자퇴를 감행하는 학생이 종종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건 정우성의 훈훈한 외모와 극 중 고등학생이라는 명태수(유오성 분)의 폭삭 삭은 외모 등이 있을텐데 그 중 가장 강한 인상은 ‘뿅카’로 불렸던 정우성의 바이크, 혼다 CBR 600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R 포지션 바이크는 웬만하면 액시브와 VF였기에 인간계를 벗어난 외모의 정우성이 타고 다니는 우렁찬 배기음의 뿅카가 멋져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 가다가 특유의 고오오오옹~ 하는 특이하고 우렁찬 배기음이 들리면 정우성이 타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도 눈이 돌아가던 시절. 2종 소형 면허가 있어야 하는 125cc이상급 바이크가 슬금슬금 늘어나기 시작한 때가 바로 비트 개봉 이후다. 그리고 97년의 중고등학생이 성인이 됐을 2000~2002년 무렵부턴 그 수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웬만한 남학생이라면 영화를 보고 그런 멋진 배기음의 중, 대형 바이크를 몰아보고 싶은 생각을 했을터. 그러나 당장은 돈도 면허도 없기에 벼르고 벼르다가 성인이 되고, 돈이 모이고 상황이 될 때 바이크를 구매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즈음. 당시 몇 몇 인기 자동차 커뮤니티엔 국산차 메이커를 성토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정면추돌 사고가 났는데 에어백이 안 터진다. 메이커는 정상이란다. 급발진 사고가 났는데 메이커는 자꾸 내 조작 미숙이란다. 차 산지 몇 달 안됐는데 차체 하부가 썩은 듯이 녹이 쓸었는데 차량관리 잘 못이란다. 파업 전 후에 제작된 차량을 샀더니 터무니없는 조립상태의 차를 받았다. 메이커는 반품불가, 수리를 해준단다.
여러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으로 증명됐고 돈이 모자라고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런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차를 샀다. 그렇게 억지로 산 차는 급정거시 잭 나이프를 하고 고속도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고 핸들이 잠기며 탑승자가 황천길을 가고 일부만 가다가 돌아오는 불행한 경험을 하는 지경인데 좀 알아보니 수출용은 내수와는 달리 고품질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억울하다. 사람들 마음속엔 ‘언젠가 상황이 되면 나도 수입차 사야지..’라는 마음이 똬리를 틀고 단단히 자리 잡았을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2005년 즈음. 승용 클린 디젤을 필두로 비교적 낮은 가격의 독일산 차량이 공세적으로 들어오자 국산 메이커는 맥 없이 시장의 상당부분을 내주고 만다.
국산차 80%이상의 철벽같은 내수 점유율은 2016년 9월 현재 현대차 기준 40% 안팎으로 불과 10년만에 일어난 변화라는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이런 급작스런 변화의 원인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한 메이커에 대한 불신이 무럭무럭 자라 뿌리가 깊을 때 대안이 제시되면 사람들은 고민없이 털고 빠르게 떠나버린다. 아무리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얄궂은 옵션 서비스를 해봐야 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 엊그제 나온 현대차 10% 할인 광고가 처량하게 보인다.
 
요즘 헬조선, 탈조선 등 우리네의 환경을 자조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미 유행이 되어 스스럼없이 우리들의 환경을 비하하고 폄하한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의 자조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다. 점점 세대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정치와 정책은 다 쇼라는 인식이 뿌리가 깊어 정부에서 어떤 입장을 발표해도 청년들은 웬만하면 음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이 많기도 했지만 전부는 아닐텐데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질 않는다. 이미 정부와 위정자는 양치기 소년이 되어 여러 수사와 호소가 전혀 안 통한다. 설사 진실하고 성실한 수사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정권말이라 그런지 국내외적 위기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데 그 중 일부는 레임덕의 전조일 테고 일부는 정권의 여론 통합을 위한 기술일 테다. 둘 중 어떤 것 이던지 한 가지 분명한건 잔기술은 이제 그만 부릴 때가 됐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반드시 진실을 알아차린다. 아니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국민들은 안 믿는다. 레임덕 회피기술이던 내년 대선용 사전포석이던 아니면 진짜 애국심에서 하는 행동이던 불신이 팽배하여 아무것도 안 믿고 다 반대한다. 이게 국민 탓인가?

우리나라는 인구 이동의 통계를 믿을 수 있는 나라 중 국적 포기자 수가 가장 많다. 2위와의 격차가 3배에 육박할 만큼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청년들이 말하는 ‘웬만하면 탈조선’이라는 말을 자조섞인 푸념 정도로 이해하고 쓴웃음으로 넘겨도 되는걸까.
 
장난 좀 치고 다큐 좀 만들고 보기 싫은 글 좀 쓰고 말 안들으면 수사하고 기소한다. 여론이 안 좋아지면 일 만들어서 호들갑이고 호들갑이라고 하면 생트집. 뭐 좀 하면 국기문란, 국정농단이란다.

눈엣 가시같은 젊은이들은 국적을 포기하고 출산하지 않고, 지지자인 중장년층은 계속해서 늙어가고 점점 사라져가고. 그렇게 우리가 사라져 갈 것 같아 걱정스럽다.

대중을 무서워 해야 할 사람들이 뿅카의 수가 늘어난 배경과 국산차의 내수 점유율이곤두박질치는 이유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